
오래전 작품이 세월이 흘러 리메이크된다거나 세월의 간격을 두고 만들어지는 시리즈의 경우에는 작품의 성격이 이상야릇하게 변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예전 작품의 유치함에 열광했던 어린 관객들이 성인이 되고, 그 성인이 된 관객들을 대상으로 그 예전 작품을 리메이크하거나 시리즈를 만들 때는 예전의 유치함은 한 숨 죽이고 뭔가 무거운 분위기를 두 숨 정도 쫙 깔아주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예전의 동심을 잃어버린 성인관객들의 예술적 욕구 또는 쓸데없이 진지한 감성을 충족시키는 대신 현재의 아동 관객들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예전 제가 초등학교 때 TV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 4를 처음으로 보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에피소드 4의 끝이 정말 멋지죠. 루크가 비행기를 몰고 죽음의 별을 파괴하려 돌격하는데 자꾸만 사격이 빗나갑니다. "에이씨~ 오늘따라 진짜 안 맞네." 루크가 짜증을 내는 순간 할아버지 귀신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루크야~ 기계의 힘에 너무 느끼하게 매달리지 말고 포스의 힘을 믿고 따르거라." 그러자 루크는 조준장치를 떼내고는 자신의 눈과 직감만으로 사격을 감행합니다.
저는 그 순간 놀랐습니다. 저 녀석이 귀신에 홀린 환각상태에서 총질을 하려나 보다. 조준해서 쏴도 안 되는데 막 쏜다고 될 것 같냐?
저는 또 놀라고 말았습니다. 루크가 눈알을 부라리며 쏜 광선이 정확히 죽음의 별 약점에 명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 저 녀석이 천재 사격소년이었구먼. 아니야 귀신의 목소리를 듣는 걸 보니 초능력자입니다.
아무튼 저는 무척 신났습니다. 착한 편이 나쁜 편을 통쾌하게 무찔렀으니까요. 마지막에 늘어선 병사들 앞에서 훈장을 수여받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멋졌습니다.
나도 군대 가서 우주선 타고 싶네. 에피소드 3을 보고 나서 에피소드 4를 회상한 김에 에피소드 1을 보았던 때를 또 회상해 보았습니다
그 영화를 보았던 때는 제가 나이가 들어 중년으로 접어들던 시기였습니다. 그 영화 맨 마지막에 어린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생전 처음 우주선에 올라타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 2초나 3초 정도 헤매더니만 우주선을 자유자재로 조종합니다. 아무거나 단추를 막 눌러도 우주선이 알아서 돌아다니고 적들을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눈 감고 쏴도 적이 알아서 맞아 죽습니다.
그 장면이 나오는 순간 저는 속이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를 보고 극장을 나서다 예전을 회상하며, 저는 에피소드 4와 1은 똑같이 유치한 장면인데도 제가 받아들이는 감정이 극과 극을 이루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갖고 있던 소중한 것을 나이가 들면서 찌들어가면서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빨간 루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동심을 말입니다. 스타워즈를 두고 어떤 평론가는 이렇게 평하기도 합니다. "역사가 짧아 별다른 건국신화가 없는 미국인들이 새로운 건국신화를 만들고자 하는 눈물겨운 노력이 돋보이는 안쓰러운 영화이며..." 저는 이런 평은 그냥 씹어버립니다.
그것보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가 폭발적인 흥행을 했을 당시 어떤 미국 언론에 나왔다는 평이 더욱 제 가슴에는 와닿습니다. "스타워즈는 어린이를 위한 영화다. 어른들의 마음속에 있는 어린이를 위한 영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2, 3을 전반기, 4, 5, 6을 후반기라고 한다면 후반기 스타워즈는 그야말로 어린이와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라고 할만합니다.
착한 편이 똘똘 뭉쳐 나쁜 편을 물리칩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이야기가 끝나는 결말에선 언제나 승리한 우리 편의 잔치가 벌어지고, 6탄에선 제다이 귀신들까지 나타나 승리를 치하하는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스타워즈 1, 2는 후반기 스타워즈의 동심세계와 맥락을 같이 하는 신나는 영화입니다.
특히 1탄이 그랬지요. 뭐든지 잘하는 척척 소년 아나킨의 활약은 동심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흥분을 감출 수 없는 아드레날린의 향연을 만끽하게 해 줍니다.
착한 편이 고난을 당하지만 결국 고난은 해결되고 착한 편은 다음 편을 기약하며 웃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후반기 스타워즈를 어려서 신나게 보고 자란 오늘날의 성인관객들이 에피소드 1, 2를 보고 유치하다는 반응을 여기저기서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에피소드 3은 다스베이더의 설정상 이야기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데, 저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 과연 동심 어린 스타워즈를 만들어왔던 루카스 감독이 얼마나 어두워질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시스의 복수를 보는데 정말 그 암울한 분위기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건 다른 스타워즈 시리즈와 비교해 암울하다는 것이지 원래가 극도로 암울한 공포영화나 누아르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암울함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입니다.
시스의 복수에서는 중간중간 동심 어린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엄청 센 적수를 만나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멋쟁이 아저씨 오비완의 밝고 명랑한 활약이 돋보입니다. 오비완이 무척 정 많고 사람 잘 믿는 성격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 4에 나오는 오비완이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진 걸 보면 에피소드 3에서 아나킨의 배신을 받고서 엄청 충격을 받은 나머지 성격이 우울하게 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심 어린 장면들이 등장하기는 해도 시스의 복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스타워즈 사상 가장 어둡고 암울하기만 합니다.
그러잖아도 굉장히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나킨을 둘러싼 주위의 모든 것들이 그를 어둡게 만들어만 가고, 나쁜 황제는 의도적으로 아나킨의 어두운 속성을 자극해서 자기편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시스의 복수 중에서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고 가장 고난 받는 사람은 아나킨입니다. 관객은 점차 그의 모습에 연민을 느낍니다.
영화 후반에 결국 아나킨이 오비완에게 당해서 불구덩이 속에서 일그러질 때 관객이 받는 감정은 슬픔 그 자체입니다.
스타워즈 후반기에서 맨날 착한 편한테 당하는 나쁜 놈으로 나왔던 아나킨이 이제는 당당히 관객의 손수건을 촉촉이 적셔주는 매력동자로 거듭난 것입니다. 그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온몸이 쭈그러들면서 세상을 향해 증오의 함성을 내뱉는 아나킨의 절규는 에피소드 1, 2를 통해 유치함은 유치원에나 보내라고 야유를 퍼붓던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마음을 잔잔히 울려줍니다. 그리고 마음엔 묵직한 평화가 찾아옵니다. 스타워즈의 팬들은 결국 그의 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워즈의 진정한 주인공은 다스 베이더였던 것입니다. 에피소드 4를 통해 착한 편이 승리하는 동심의 세계를 만끽했던 현재의 성인 관객들은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에 이르러서는 동심을 잃은 대신 더욱 큰 것을 얻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다크 포스에 완전히 오염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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